부제: 신용카드·자동차 할부·개인대출 금리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은 주택시장만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생활에서 사용하는 신용카드, 자동차 할부, 개인대출과 같은 금융비용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신용카드와 자동차 금융이 가계의 일상적인 소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금리 변화가 소비자의 지출 방식에도 영향을 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연준의 정책금리가 소비자의 금융비용으로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때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 형태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알아 보겠습니다.
1. 미국에서 말하는 ‘기준금리’는 무엇인가?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미국 연방 기준금리’라고 부르지만, 미국 연준이 통화정책에서 사용하는 핵심 정책금리는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s Rate)이다. 연방기금금리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연준에 보유해둔 자신의 준비금을 서로 하루 동안 빌리고 빌려줄 때 형성되는 초단기 금리이다.
예를 들어, A은행은 하루 동안 사용하기에 필요한 준비금이 부족하고, B은행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이때 A은행은 B은행으로 부터 부족한 자금을 빌리고 다음 날 갚는 과정에서 금리가 형성된다.
FOMC는 이러한 연방기금금리의 ‘목표범위(Target Range)’를 결정하는데, 이것을 우리는 보통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이라고 부른다. 이번 9월에는 이 목표범위를 3.75~4.0%로 인상했고, 연준은 실제 금융기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거래금리가 이 범위 안에서 움직이도록 금융시장을 조절한다.
한국의 기준금리와 미국의 연방기금금리는 운영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중앙은행이 초단기 금리를 통해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고 이를 통해 가계와 기업의 금융비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본적인 구조는 비슷하다.
연방기금금리는 소비자에게 직접 적용되는 대출금리가 아니다. 연준의 정책금리가 변하면 금융시장의 단기 금리와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환경에 영향을 주고, 결과적으로 신용카드, 자동차 대출, 개인대출 등 소비자가 이용하는 금융상품의 이자율에도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2. 연준 금리 인상은 임대주택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줄까?
연준이 금리를 올릴 때 미국 임대주택시장의 변화를 이해하는 핵심은 주택을 렌트비의 증가만이 아니라, 주택을 소유하고 공급하는 쪽의 비용과 주택 수요의 변화에 있다.
금리가 높아지면 주택담보대출이나 투자용 부동산의 금융비용이 증가한다. 특히 새로운 주택을 구입해 임대하려는 투자자나 임대주택을 새로 건설하려는 사업자는 이전보다 높은 자금조달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동시에 높은 모기지 이자율 때문에 주택을 구입하여 이사를 고려하던 일부 가구들은 매수를 현 임대주택에 더 머물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따라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렌트비를 직접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택 구입 수요와 임대 수요, 임대주택의 공급과 투자 비용에 변화를 주면서 간접적으로 렌트비에 영향을 미친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렌트비도 오를까?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렌트비가 바로 상승하지 않는다. 렌트비는 집주인의 금융비용뿐 아니라 임대주택의 공급과 수요, 공실률, 지역의 소득과 고용 상황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에서 아파트를 찾는 사람은 많은데 새로 공급되는 임대주택이 부족하다면 렌트비가 올라갈 수 있다. 반대로 임대주택 공급이 충분하고 빈집이 많다면 집주인의 금융비용이 높아져도 렌트비를 원하는 만큼 올리기는 쉽지 않다.
결국 기준금리 인상이 렌트비에 미치는 영향은 금리의 변화가 해당 지역의 주택 수요와 공급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
제가 거주하는 LA 다운타운 지역의 렌트비는 지난 몇 년간 이어지던 상승세가 멈추고, 최근에는 보합 또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사무실 건물의 공실이 늘어나면서 일부 건물이 주거용으로 전환되어 새로운 주거 공간으로 공급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또한 대규모 신규 아파 건설로 인한 공급과잉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LA 다운타운의 오피스 건물 주거 전환과 신규 아파트 공급]

출처: 현지 K-리포터 직접 촬영
사진에서 보듯이, 기존 사무실 건물을 주거 공간으로 바꾸는 공사, 이미 주거용 아파트로 전환을 마친 건물도 있고, 인근에는 새로 지어진 아파트에서 세입자를 모으는 광고도 볼 수 있습니다. 즉, 금리와 주택 수요의 변화가 기존 건물의 활용 방식과 새로운 주택 공급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실례입니다.
이처럼 금리와 인플레이션의 압력이 여전한 상황에서도 렌트비가 오히려 하락하는 것은, 렌트비가 금리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주택 수요와 공급, 지역의 인구 이동, 신규 아파트 공급량, 공실률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렌트비와 CPI가 측정하는 렌트비는 다르다
여기서 우리는 주택 임대시장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렌트비와 CPI에 나타나는 렌트비는 같은 시점에 같은 폭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새로운 세입자에게 제시되는 렌트비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 변화에 따라 비교적 빠르게 움직인다. 반면 CPI의 렌트비는 신규 세입자의 계약 가격만이 아니라, 기존 세입자가 거주하면서 내고 있는 렌트비도 함께 반영한다.
따라서 금리 상승으로 주택 구입을 미루는 사람들이 늘어나 임대수요가 증가하더라도, 그 영향이 CPI의 렌트비에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신규 계약 렌트비가 먼저 상승이고 기존 계약의 렌트비가 뒤따르면서 금리 변화와 CPI의 렌트비 사이에는 시간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고 주택 구입 여건이 개선되면서 임대수요가 줄어들더라도 신규 계약 렌트비가 먼저 안정되거나 하락하고, CPI의 렌트비에는 그 변화가 늦게 나타날 수 있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연준의 금리 정책과 미국 주거비의 관계를 보다 정확하게 볼 수 있다. 금리가 변했다고 해서 렌트비가 즉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며, 임대시장 자체의 변화가 먼저 나타난 뒤 CPI에 늦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3. 금리 인상은 결국 일자리와 가계소득에도 영향을 줄까?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목적은 단순히 대출이자를 높이는 데 있지 않다. 연준은 연방기금금리를 통해 금융여건 전반에 영향을 주고, 이것이 가계와 기업의 차입비용과 지출에 영향을 미치도록 한다.
금리가 높아지면 기업 입장에서는 돈을 빌려 설비를 늘리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비용이 높아지고, 소비자 역시 주택이나 자동차등 융자를 통해 구입하려는 상품의 지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둔화되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노동력에도 변화가 생기게 된다.
즉,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금융비용이 높아지고, 이는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비와 투자가 둔화되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에도 변화가 생기고,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채용 계획을 조정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이어지면서 금리 인상은 결국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금리가 올랐다고 곧바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채용은 금리뿐 아니라 소비수요, 기업의 매출, 생산성, 임금, 노동력 공급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금리 인상과 고용시장 사이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산업별로도 반응이 다를 수 있다.
이미 낮은 고정이자율을 가지고 있는 주택 소유자는 연준이 금리를 올렸다고 해서 당장 월 모기지 납부액이 변하지 않는다. 반면 신용카드 잔액이 있거나, 새 자동차 융자를 하려고 하거나, 주택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가계는 높은 금리를 빠르게 체감할 수 있다.
가계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금리’ 자체보다 소득과 지출의 관계
그리고 금리 인상의 영향이 고용시장으로까지 이어지면 문제의 성격이 달라진다. 월 이자가 얼마 늘었는가 뿐만 아니라 가계의 소득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가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결국 연준의 금리정책이 미국 가계에 전달되는 경로는 하나가 아니다. 신용카드와 같은 금융비용에서 시작해 주거비와 소비를 거쳐 기업의 투자와 고용, 그리고 가계소득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미국 가계의 입장에서 연준의 금리 결정을 이해하려면 단순히 “금리가 올랐다”는 사실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금리가 금융비용·주거비·소비·고용을 통해 내 가계에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마무리
미국에 이민와 오랜 기간 생활을 하는 동안 저는 두 번의 경제적 격변을 경험했습니다. 2000년대 후반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충격이었습니다. 이후 경제가 안정화 단계로 연착륙라는 듯했지만, 최근에 일어난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에서 비롯된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한 연준의 금리 인상 여파는 실물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경제적 충격이 발생하는 원인과 결과는 매번 달랐지만, 결국 그 부담은 미국 가계가 졌습니다. 이번 9월 연준의 금리 인상과 물가같은 거시경제의 움직임은 금융시장안에서만 끝나지 않습니다.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상승뿐 아니라 신용카드 이자율, 자동차 금융, 임대주택시장, 소비와 고용 등 가계 경제의 여러 영역에 걸쳐 영향을 미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paycheck to paycheck’, 즉 다음 급여를 받기 전까지 현재의 소득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며 살아간다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물가와 금리가 동시에 가계의 부담을 높이는 상황에서 많은 미국 소비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최근 유가 상승이 실제 가계 생활에 어떤 부담을 주고 있는지, 특히 미국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동차와 관련된 비용과 이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중심으로 시리즈를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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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경제지표와 금융시장 흐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